
출처 위키미디어
2021년 3월 밤 11시경 당시 중국에 있던 50대 중반의 A씨가 태블릿PC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했다. 외부 반출이 금지된 자료를 읽은 뒤 태블릿PC 화면을 핸드폰으로 찍어댔다. A씨는 약 2주 동안 한밤중에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수백 장의 사진이 찍혔습니다. 그가 촬영한 데이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인 ‘디스플레이 제조 자동화 기술’의 데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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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이었던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제조법인의 제조설비를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경쟁사 B사에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끝나자 A씨가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바로 중국 정보통신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정년이 되기 전 승진 경쟁에서 밀리거나 처우가 좋은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사례가 있어 A씨의 이직도 노후준비 차원으로 풀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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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스러운 내부 네트워크 액세스 시간 감소
김웅 의원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가 직장을 그만둔 지 두 달 뒤인 2021년 5월 28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A씨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에 접수됐다. A씨는 퇴사 직전 중국 경쟁사에 내부 기밀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회사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내부망 연결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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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3월경 며칠간 심야에 내부망에 접속했다. 내부 네트워크에서 보낸 시간은 몇 분에 불과했습니다. 근무시간에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한다고 보기에는 접근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를 의심한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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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의 “계열사”로 복직
이후 경찰은 기술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이메일과 금융계좌 등을 압수수색했다. 중국에 있는 A씨는 입국을 기다렸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맞아 한국에 온다는 제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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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이달 21일 A씨를 영업비밀 불법누설(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2년 만에 법에 의해 선고됐다. A씨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월급과 생활비, 자녀 교육비, 주거비 등 억대를 받는 조건으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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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A씨가 옮긴 중국 기업의 ‘신분’도 드러났다. 이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년 전 설비를 매각한 경쟁사 B사의 자회사였다. 수사당국은 A씨가 퇴사 직후 B사에 취직하면 기술유출에 따른 대가성 채용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B사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당국은 A씨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훔친 기밀자료가 계열사를 거쳐 경쟁사 B사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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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기술 유출 범죄를 근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기술 유출을 통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3일 경제수사보안팀을 꾸리고 10월 말까지 기술유출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술 유출 기록이 내부망에 남아 있어 시간이 지나도 법을 우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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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328/118560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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